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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서재

좋은 날

by 유다110 2016.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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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너무 맑은 날 자살하는 건 딱히 권하고 싶은 일은 아니야. 자네는 긴가민가하던 천국에 올라가자마자 문을 지키던 천사에게 이런 질문을 듣게 되겠지.

이봐 자네, 이렇게 좋은 날 왜 자살따위를 한겐가?

어쩌겠나. 천사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자네는 비굴하게 웃어보이며 어떻게든 말을 돌리겠지.
그러고나서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는데 한 성인과 마주치게 됐지 뭔가.

아, 저게 말로만 듣던 성인이로군! 무슨 좋은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않을까.

허튼 생각 말게. 그는 자네에게 이렇게 말하겠지.

자네, 이렇게 좋은 날 대체 왜 죽은거지?

이런 썩을. 하지만 실망하지 말고 더 걸어가보세나. 마침 저기 다른 친구가 있군. 인사를 해봐. 좋은 길동무가 될지도 몰라.

혹시 당신도 오늘 올라온 사람이오?
그렇소만. 근데 당신은 오늘같이 좋은 날 왜 죽은거요?

….길동무는 포기하는 게 좋겠네. 어차피 인생은 혼자니까. 아 드디어 신이 나타나셨군.

안녕하십니까?
그래, 안녕하지. 그런데 자네는 왜 이렇게 좋은 날…

이런 망할. 닥치라고요.
그만하세요. 이미 죽었는데 좋은 날인지 뭔지 알게 뭐예요.
그리고 전 자살을 했는데 왜 천국씩이나 온건가요?

신이 대답해 줄 말은 하나밖에 없어.

오늘이 좋은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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