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우기로 결심한 건 약 2년 전, 그러니까 2021년이었다.
처음 결심한 건 아니었다.
어렸을 땐 항상 강아지를 갖고 싶어, 엄마한테 사달라고(?) 조르곤 했었다.
엄마는 개를 데려왔다간 당신이 도맡게 되실 게 뻔하여 사주지 않으셨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세월이 흘러 세 자매가 모두 취업 준비를 할 때 즈음 엄마가 개를 키우겠냐 물어보셨다. (약 10년 전)
친구 딸이 수의사인데 병원에서 강아지를 판다나.
우리는 취업 준비만 해도 정신이 없어 거절했다.
이 또한 다행.
또 세월이 흘러 우리가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도 잡을 즈음,
이제 개를 키워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데려오지?란 고민은 전혀 없었다.
이효리가 방송에 나와 사지말고 입양하란 말을 한 지도 거의 10년이 지났다.
개를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여기서 구구절절 적진 않을 거다.
1. 포인핸드 둘러보기
지금도 그렇지만 유기견을 입양할 때 가장 유용한 앱은 '포인핸드'다.
파양견을 입양할 수 있는 카페도 있다 들었는데, 포인핸드가 여러모로 편했기 때문에 나또한 이 앱으로 입양했다.
보호소 탭에서 유기견들을 둘러볼 수 있다.
댓글도 달 수 있는데 보호소에서 답댓을 달아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임시보호나 입양을 원한다면 댓글 말고 보호소로 직접 전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보호소 말고 스토리 탭의 '입양해주세요'에서도 개들을 볼 수도 있다.
내가 우리 개를 처음 보게 된 곳도 바로 여기다!
보호소 탭에서 볼 수 있는 정보는 너무나 적은 반면 스토리에서는 아주 길고 정성스러운 설명을 볼 수 있다.
또한 스토리에 올라오는 개들은 임시보호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계속 앱을 둘러보다보면 묘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개를 쇼핑하는 거 아닌가?"
ㅋㅋㅋㅋㅋ
다들 어떨지 모르겠지만 가족들과 앱을 뒤지며 우리집에 올 개를 고르다가 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게 맞는 개를 고르고 골라야 파양률도 현저히 줄어든다.
즉 서로에게 효율적이란 말이다.
아래는 "인스턴트 패밀리"라는 영화의 한 장면인데 공감가서 가져와봤다.
여담이지만 처음 개를 키우는 사람들에겐 무조건 성견을 추천한다.
강아지의 경우, 특히 믹스견일 경우 어디까지 클지 정확히 감이 안 잡히고 성격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뭣보다 아기 키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2. 입양할 개 정하기
당시 스토리에서 발견한 우리집 개 (현재 개명함)
임보자들이 올리는 설명과 장단점은 웬만하면 맞는 편이다.
물론 개를 입양하고 함께 지내다 보면 설명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우리집 개의 경우,
어른과의 관계: 아주 좋음 ->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경계함. 일부러 다가가지만 않으면 ㄱㅊ
다른 개들과의 관계: 아주 좋음 -> 다른 개들을 궁금해하긴 하지만 동시에 무서워함
고양이와의 관계: 조심스러움 -> 사실
배변패드 100% -> 사실
에너지레벨 90% -> 사실
분리불안 약간 있음 -> 사실(극초반에 잠깐 있었으나 사라짐)
짖음 아예 없음 -> 사실
산책: 목줄 잘함 -> 사실
실제와 다른 부분이 몇 군데 있긴 하나, 이건 임보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게 아니다!!
입양을 신청했을 당시 임보자가 보내준 영상에서 우리 개는 정말 다른 개들과 잘 놀고 있었다!
다만 보호소에서나 임시보호 중일 때엔 위축돼있는 경우가 있어, 본래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 개들도 있다.
이 점 모두 참고하시길.
하지만 대체로 설명과 다 일치한다.
임보자들의 최종 목표는 개를 무작정 입양시키는 게 아니라 입양 후 파양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3. 입양 문의하기
입양할 개를 정했으니 적혀진 연락처로 문의한다.
참고로 연락을 받는 사람이 무조건 임보자는 아니다!
구조자와 임보자가 다른 경우가 꽤 있는데, 우리도 처음 연락할 때 구조자와 연락했다.
우리 집의 경우 거절당할 염려는... 사실 전혀 하지 않았다.
일단 가족 모두가 성인이고, 집에 상주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거의 프리패스라 보면 된다.
카톡으로 문의한 뒤 전화면접(?)을 진행했다.
전화면접을 할 때에는 나의 아버지와도 통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전화면접이란 말에 쫄아서 아빠와 열심히 개와 관련된 유튜브를 속성으로 훑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구조자는 우리의 지식을 물어보기보단 개의 단점을 나열하며 정말 괜찮냐고 계속 물어봤다.
특히 털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바로 얼마 전에도 우리 개를 입양하고 싶다던 20살 대학생이 있었는데,
부모님과 다시 연락하여 털 이야기를 하니 극구 반대하셨다고.
또 우리에 앞서 두세 가족이 개를 보고 갔는데 털이 너무 날려서 포기했단다.
밥을 먹다가 털을 같이 먹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냥 1년 내내 털이 날린다고 생각해라, 등등 자세하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다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하니 구조자는,
솔직히 말해 우리가 조건이 너무 좋아 입양보내고 싶다고 하셨다.
(성인 5명, 집에 상주하는 사람 최소 1~2명, 산책하기 좋은 주변환경, 아이 없음, 24시간 병원 가까움)
그때까지 아빠가 내 옆에서 계속 전화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ㅋㅋㅋㅋ
통화가 거의 끝나가려해서 내가 아버지와 통화 안 하셔도 괜찮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보통 아버지쪽에서 반대를 해서 파양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버지가 괜찮다고 하시면 전화는 굳이 안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바로 임보자 집을 방문할 날짜를 잡았다.
1인 가구나 신혼부부의 경우 문의하기도 전에 입양 조건에서 걸러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지구 어딘가에 그 가족에게 꼭 맞는 개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화이팅입니다!!! (갑자기???)
4. 개 데려오기
여기서부터는 뭐...
연차를 내고 부모님과 동생, 나 이렇게 넷이서 개를 데리러 갔다.
임보자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구조자가 그토록 걱정했던 '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데려갈 개의 털이 서부극의 회전초처럼 뭉쳐 굴러다니고 있었다.
걱정보다는 그냥 웃겼다.
켄넬에 넣어 차 뒷좌석에 같이 앉아서 왔는데...
집에 오는 30분 동안 토하고 X도 싸고 벌벌 떨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당시엔 놀라서 개를 키우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기네 개도 처음 데려올 때 그랬대서 안심했다.
5. 그 뒤...
사실 데려오고나서 한 달 정도는 종종 우울하기도 하고, 생각이 많았었다.
99%의 책임감과 1%의 털 때문이랄까...
나만 이러나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니 대체로 개를 데려온 뒤엔 다들 이 시기를 겪는 것 같았다ㅋㅋㅋ
뭐 어쨌든 지금은 아주 잘 지낸다.
요 깜쮝이가 우리집에 온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결론은~
설아, 사랑해!!
모두 반려동물들과 행복하시길!
사지말고 입양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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