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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몽골 여행 (22년 8월)

[몽골여행 3일차] 여행사와 싸우고 차(기사)를 바꿨다

by 유다110 2023.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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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요약

차가 고장나서 오후 6시까지 마을 카페에 죽치고 있다가 겨우 출발.
출발한 지 30분 만에 차 두 번 퍼졌는데 기사는 무작정 가려고만 해서 우리가 설득해 마을로 다시 돌아옴.

 

 

여행사가 우리가 묵을 호텔을 잡았다고 해서 그곳으로 향했는데,

정말 이곳을 호텔이라 부르면 욕먹을 것 같은 곳에 도착했다.

누나 그새끼 호텔아니에요...

다음날 아침에 찍은 사진

 


분위기가 약간...약간 좀 그랬다.

다른 방 친구가 말하길, 자기네 옆방에 남녀 두 쌍이 한방에 들어갔다고.

2인용 숙소라구요 여긴...😇

저거 매트리스 아니고 두꺼운 합판(?)에 시트 씌워놓은 거였다...

 

 

짐을 풀고 나니 저녁을 먹으러 가자 해서 차를 타고 마을 어딘가에 있는 한식당에 갔다.

근데 이 사람들 ㅆㅂ...또 전화로 길 찾는다.

제발 구글맵 쓰라고...

심지어 식당도 잘못 찾아왔는데 그냥 이곳에서 먹기로 했다.

 

 

아직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 입맛이 없어 잘 못 먹을 줄 알았는데,

부대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홀랑 다 먹었다.

(참고로 몽골은 한식이 매우 비싸다. 저게 2만원 정도였나.)

 

 

바로 옆에서 가이드와 기사도 밥을 먹었다.

기사도 우리가 차(기사)를 바꾸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매우 불편한 상황이긴 했다.

 

 

그런데 먹다가 가이드가 전하길,

"기사 아저씨의 딸이 아파 병원비가 필요하다. 차(기사)를 바꾸면 딸의 병원비를 댈 수 없다."

고 말하는 게 아닌가.

 

 

솔직히 난 여기서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이게 무슨 피치 공주 구하기 대작전도 아니고, 우리가 기사 딸 병원비 대자고 고장난 차를 타는 위험을 무릅써야 하나?

하지만 거기서 대놓고 말할 순 없으니 '우리도 웬만하면 함께 여행하고 싶다'고 에둘러 말했다.

무엇보다 여행사가 차를 바꿔 줄지도 의문이었다.

여행사는 계속 기사를 믿고 여행을 계속하라 했다.

 

 


 

 

밥을 먹고 돌아온 우리는 일단 한 방에 모여 여행사와 연락했다.

우리: 새 차를 구해달라.

여행사: 차(기사)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기사가 차 괜찮다고 했다.

우리: 시속 50키로를 넘을 때마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와서, 기사가 그때마다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고 냉각수를 넣었다(진짜임). 달리는 게 불가능한데 어떻게 타고 가나?

여행사: 만약 울란바토르에서 새 기사를 구해 달란으로 보내면 그 사람이 밤새 운전해서 가야 하는데, 그 위험을 감당할 수 있겠나?

우리: ??? 그런 건 여행사가 알아서 해야지 왜 우리가 감당해야 하나? 달란에서 구할 수도 있지 않냐.

여행사: 노력은 해보겠다. 그런데 아마 안 될 거다.

 

 

실제 대화는 이것보다 길었지만 어쨌든 여행사는 계속 안 된다고 했다.

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우리는 일단 전화를 끊고 우리끼리 토론을 시작했다.

이런 차라도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도 의견이 다양했다.

친구 1: 무조건 여행 루트는 완료하고싶음. 그게 제일 중요함. 보상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음. 돈 더 써서 새 투어사 구해도 됨

친구 2: 보상은 됐고 보장이 중요함. 새차가 아니어도, 차가 또 퍼진다면 어떻게 보장해준다는 확답이 있다면 ㅇㅋ

친구 3: 보상/보장은 나중에. 지금은 이 차로라도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

친구 4: 현지 여행사에 대한 신뢰도가 사라짐. 투어를 계속 하더라도 이틀에 대한 보상은 무조건 받아야 함. 새차가 아니라면 차 구해서 울란(테를지) 갈 생각 있다.

친구 5: 지금 차에 대한 신뢰도가 0. 이 차가 또 퍼질 거라고 100퍼센트 확신한다. 지금 차로 갈 바에야 새 투어사를 구한다.

친구 6: 무조건 안전주의. 새차가 아니라면 절대 안 감. 그러나 간다:안간다가 5:1이라면 감. 혼자 가는 게 더 불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울란으로 간다면 테를지 투어 구해서 다닐 생각 있음.

 

 

이런 저런 이야기가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도파민인지 뭔지가 치솟아서 졸립지도 않았다.

살면서 겪어보기 힘든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정말 신선했다.

몹시 불안하고 피곤한 날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아, 아직도 함께 여행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이날 새벽의 아고라(?)를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끼리의 토론은 그저 플랜B였고,

가장 중요한 건 다음날 아침 여행사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였다.

과연 새 차를 구해줄까?

 

 


 

 

아침 8시에 연락하겠다는 여행사의 말에 우리는 7시 반부터 방에 모여 대기했다.

그런데 8시 정각, 진짜 정각에 여행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행사: 차량 못 구했다. 기사가 괜찮다고 하니 그대로 가면 안 되나?

우리: 어제 5시간 동안 차를 고쳤는데 30분 만에 두 번이나 퍼졌다. 당신 같으면 이 차 계속 탈 수 있나?

여행사: ........잠시만 기다려라.

(전화 끊김)
(잠시 후)

여행사: 기사가 구해졌다. 9시 반까지 갈 거다.

우리: ???? 그럼 여행을 못했던 날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다. 어제 하루를 다 버렸다.

여행사: 그건 기사님한테 받아라.

우리: ?????????? 그건 투어사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 그냥 이 투어 전액 환불할 수도 있다. 우리가 투어를 아예 취소하길 원하나? (통화하던 친구 개빡침...)

여행사: 아....잠깐 기다려라. (잠시 후) 인당 80달러 보상해주겠다.

우리: 알겠다. 언제 줄거냐?

여행사: 투어가 끝나고 울란바토르로 왔을 때 주겠다.

 

 

아마 밤 사이에 기사를 구해놓고 우리에게는 그대로 여행하라고 한번 던져본 것 같았다.

뭐 이건 그렇다 치고.

이것보다도 보상을 기사에게 받으라는 말에 통화하던 친구가 이성을 잠깐 잃었다.

뭔 구멍가게여?

 

 

어쨌든 우리는 통화를 마치고 홀가분함과 허탈함을 동시에 느끼며 모텔 1층에서 조식을 먹었다.

여행하면서 느낀 거지만 이 사람들 먹는 건 또 열심히 챙긴다.

(패키지에 포함된 사항이라 그런걸지도)

 

 

나와서 짐을 이전 차에서 새로운 차로 옮기는데 이전 기사가 도와주었다.

매우 껄끄러웠지만 그래도 서로 굿바이하고 잘 헤어졌다.

 

 

새로운 차는 도요타 알파드였고 기사는 그냥저냥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이전 기사는 우리의 별명까지 지어줄 정도로 친근한 사람이었는데, 그 일을 겪고나니 무뚝뚝한 사람이 오히려 편했다)

 

 


 

 

 

이로써 우리 여행의 가장 큰 고비가 끝났다. (아직 사막 가지도 못함ㅋ)

이후에도 길을 또 잃어 새벽 1시 넘어 캠프에 도착하기도 하고,

샤워실에서 찬물만 나와 샤워를 포기한 적도 있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대충대충 얼렁뚱땅 흘러가는 여행이었지만 재밌고 즐거웠다.

끝나고 나니 여행사와 싸운 것도 그냥 추억의 일부가 됐(는데 다시 떠올리니 분노)다.

 

 

그럼 다음 편에 계속...

 

 

참고로 여행사 이름은 밝히지 않을 거다.
러브몽골 네이버 카페 가보면 현지 여행사들 병크를 모아둔 글이 있는데, 그거 보면 다 도긴개긴이다.
기사나 가이드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례도 있고, 기사가 술에 취해 자고 있었다거나, 가이드가 식사를 엉망진창으로 챙겨줬다거나...하루치 보상을 받은 우리가 오히려 양호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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