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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카페에 갔다가 테이블과 의자를 보고 남자친구가 '기하학적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내가 기하학적이란 게 ‘뭔가 구조적이고 딱딱하다’는 의미로 쓴 것인가 물었었는데그로 인해 약간 희한한 대화가 오갔다.

공대인 남자친구는 내게 기하학적인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려 했지만 나는 잘 이해하지 못했고..

(물론 내가 그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지가 너무 희미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소설에서 기하학적이라는 단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나한테 맞는 설명을 위해?)


하지만 알다시피소설에서 기하학적이라는 단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기하학적이라는 키워드로 책을 찾아보면 <유클리드기하학과 비유클리드기하학 해석적 접근>이라거나 <수리 물리학의 기하학적 방법>, 이런 책들만 나오는데 이들은 내가 찾고자 하는 의미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혹시 기하학적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책을 아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다.

그래서 내가 읽는 책 중에서 그 단어가 등장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운이 좋게도 나는 지금까지 3권의 책에서 그 단어를 찾을 수 있었다.

 

정확히 시간을 재서 2분 30초 동안 반숙한 달걀 두 개, 빵 두 쪽, 커피 세 잔, 그리고 내가 마실 수 있는 만큼의 많은 물. 그것이 내 하루 분의 식사였다. 그 계획은 용기를 얻을 만한 것은 못되더라도 최소한 어느 정도의 기하학적인 우아함을 지니고 있었다.

폴 오스터 달의 궁전 p.46

 

게다가 타깃 매장 신화 코너의 그 어마어마하고 기괴한 구조와 현기증 나는 기하학 배치를 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미쳐버리죠.

데이비드 리스 연필깎기의 정석 p.8(주석)

 

그러나 그 동산은 아주 깔아뭉개지지는 않고, 중턱을 자르는 곡선을 없애고 기하학적인 직선으로 재단이 되어, 허리를 온통 시멘트 계단으로 두른 추악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알아보니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운동을 질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체육 시설이 들어섰다고 한다.

박완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작가의 말 



이 중에서 가장 마음에 것은 역시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에 나온 문장이다.

'기하학적인' '우아함'이라니! (게다가 나는 소설에서 음식이 등장하는 부분을 매우매우 좋아한다.)


어쨌든, 이 수집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실용적이진 않더라도 아주 쓸모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글을 쓴 건 2014년 초다.)



연필 깎기의 정석
국내도서
저자 : 데이비드 리스 / 정은주역
출판 : 프로파간다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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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국내도서
저자 : 폴 오스터(Paul Auster) / 황보석역
출판 : 열린책들 200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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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국내도서
저자 : 박완서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0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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