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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서재22

물고기 물고기는, 그러니까 우리가 고기 또는 생선이라 부르는 존재들은 본디 바다에서 살지 않았다. 뭍에 살면서 나무에 오르고 흙에서 나는 생물들을 잡아먹었다. 하루에 한 번 모래밭에서 일광욕을 하기도 했다. 몇 가지 감정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며 사상도 종교도 없다. 이들이 언제부터 물 속에 들어갔는지, 그 정확한 시기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그들의 납작한 꼬리와 지느러미를 보건대 그 옛날 튼튼했던 팔과 다리가 종잇장처럼 변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렸단 것만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 들어간 시기와 경로가 어찌되었든 그들이 딱히 원하던 바는 아니었음을 알아야한다. 우울한 눈빛과 권태로운 몸짓으로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음을 내비치지만 이제 그들에게는 말을 할 수 있는 입이 없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바다 .. 2016. 11. 13.
좋은 날 하늘이 너무 맑은 날 자살하는 건 딱히 권하고 싶은 일은 아니야. 자네는 긴가민가하던 천국에 올라가자마자 문을 지키던 천사에게 이런 질문을 듣게 되겠지.이봐 자네, 이렇게 좋은 날 왜 자살따위를 한겐가?어쩌겠나. 천사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자네는 비굴하게 웃어보이며 어떻게든 말을 돌리겠지. 그러고나서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는데 한 성인과 마주치게 됐지 뭔가.아, 저게 말로만 듣던 성인이로군! 무슨 좋은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않을까.허튼 생각 말게. 그는 자네에게 이렇게 말하겠지.자네, 이렇게 좋은 날 대체 왜 죽은거지?이런 썩을. 하지만 실망하지 말고 더 걸어가보세나. 마침 저기 다른 친구가 있군. 인사를 해봐. 좋은 길동무가 될지도 몰라.혹시 당신도 오늘 올라온 사람이오? 그렇소만. 근데 .. 2016. 11. 13.
마이클 스트라진스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은 시리즈가 너무 많아서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은 시공사에서 나온 어메이징 시리즈부터 시작. 평이 꽤 좋아서 사봤다. 작가는 마이클 스트라진스키. 그림작가는 시리즈를 그린 존 로미타 주니어다! 어쩐지 그림이 낯익더라.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일단 맨 첫 장에서 스파이더맨이 된 경위를 짧게 두 줄로(심지어 각주로) 설명해주고 바로 들어간다. 도시를 싸돌아다니다가 에제키엘이라는 할저씨를 만나는데, 본인과 능력이 굉장히 비슷함.(거미줄은 안 쐈다만...) 그리고 이런 할배는 항상 현자처럼 나오시지. (피터는 이 사람한테서 벤 삼촌을 느꼈다고 한다.) 띠, 띠용!!!!!!!!!! 에제키엘은 피터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힘을 얻게 된 경우인데(피터처럼 순수한 방식은 아니었다고 함) 어쨌거나.. 2016. 5. 1.
박완서 <엄마의 말뚝 1> 국화빵 국화빵 엄마가 무서운 얼굴을 했다. 그리고 그리고 길가에다 화덕을 놓고 동그란 빵을 구워내는 곳에다 동전 한 푼을 내밀었다. 시골집에 있는 다식판 구멍보다 훨씬 큰 구멍에다 묽은 밀가루 반죽을 붓고 팥속을 넣어 익힌 따끈한 빵을 두 개 받아 들였다. 팥의 감미는 혀가 녹을 것 같았다. 그건 내가 알고 있는 엿이나 꿀의 감미보다 희미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고혹적이었다. 박완서 『엄마의 말뚝 1』 국화빵은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물론 지금 사먹는 국화빵은 작가의 어린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겠지만 아...먹고싶다...요즘 파는 곳이 적다. 아..정말 박완서 작가 말대로 동그랗고 따끈하고 그리고....맛있어 보인다.... (크 저작권 문제 없는 사진을 찾다보니 이런 사진만...) 위키백과에서 보니 태그.. 2016.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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