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성석제1 성석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오래 묵은 책 냄새가 나는 그 방. 반지르르한 바닥, 낡은 소파가 있고 이상한 형광등이 매달린 그 방. 그러나 방이 비었다. 주인은 오래전에 떠났다. 그러나 나는 그곳에 누군가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무엇인가, 방이라도 살고 있으리라. 나는 그곳에 내 첫사랑이 살고 있기를 바란다. 그녀는 스물 다섯 해 전에 나를 떠났지만 이제는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황금빛 머리를 빗어내리면서 베틀노래를 부르고 있다면 좋겠다. 나는 그곳에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와 있기를 바란다. 그곳에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망자라도 얼마든지 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문을 열면 그는 “안녕”이라고 생시처럼 한쪽 눈을 감았다 뜨며 인사를 해줄지도 모른다. 그들이 오지 못한다면 그곳에 어처구니라도 살아주었으면 좋.. 2016. 3. 1.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