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책'은 사람을 웃기는 데에 능한 콘텐츠가 아니다.
일단 글로 읽으니 말보다는 즉흥성이 떨어지고, 억양도 없고 악센트도 줄 수 없다.
대화에서는 상대방의 피드백이 곧바로 나오는 반면 책은 절대 그렇지 않다.
이러니 자꾸만 쓸데없는 도전을 하는 (눈치없는) 작가들이 몇몇 있다.
소설에서 독자를 웃기려는 시덥잖은 말들 중 대부분은 작가 본인만 웃기다고 생각하는 농담같다.
(소설에 등장하는 성적 농담의 대부분이 이런 듯.)
그래서,
오히려 그러한 점 때문에 나는 제대로 웃긴 책들을 매우 좋아하는데,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은 내 기준에 정확히 부합하는 책이다.
가볍되 경박하지 않고, 농담 때문에 글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비유가 적당하고 거친 말도 거슬리지 않는다.
(심지어 매춘부 얘기까지도 웃기다.)
그러나 왈론 지역에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남의 말을 엿들을만큼 프랑스어를 잘 못한다는 게 안타까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학교에서 프랑스 어를 3년이나 배웠지만 프랑스 어라고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 교과서가 쓸모없다는 게 문제였다. 누가 프랑스 어 교과서를 편찬하는지 살펴보면 언제나 '노스다코타 주 원속 고속도로 68번지 주립 사범 대학교 소속 마비스 프리스비 교수' 어쩌고 하는 사람들이다.
....
나는 이미 중학교 1학년 때 이런 프랑스 어는 일생에 도움이 안되리라는 점을 터득했다. 프랑스에 여행 가서 칠판을 지우고 싶다고 말할 기회가 얼마나 되겠는가? '겨울입니다. 곧 봄이 올까요?'라고 말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내 경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겨울 다음에 봄이 오는 줄 알고 있다.
100쪽
역 주변 골목길에는 입이 벌어질 만큼 못난 매춘부들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어슬렁거렸다....어떻게 먹고 사는지 참으로 불가사의했다. 그들 중 하나가 내게 "거기 잘생긴 아저씨!"하는 눈길을 보냈을 때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나느라고 하마터면 버스에 치일 뻔했다.
150쪽
다이어트를 시작한 첫 주에 2kg 가량 체중이 줄어 매우 기뻤던 적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런 속도로 가다가는 1년만 지나면 내 존재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실된 몸무게를 다이어트 2주째에 다시 회복하게 되자 다소 마음이 놓였다.
159쪽
문제: 스웨덴에서 집에 전투 경찰을 출동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답: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제때 반납하지 않으면 된다.
191쪽
세계 어디서나 옛날 영화는 이런 형태로 지방색을 담고 있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1960년대에 영국에서 찍은 영화는 웃으면서 모건 무개차(오픈 카)를 타고 웃으며 타워 브리지를 지나가는 행인 네 명을 높은 헬리콥터에서 찍어 삽입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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