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1884년에, <톰 소여의 모험>은 1876년에 발간되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톰 소여의 후속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아직 톰소여를 읽어 보지 않아서 자세한 비교는 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알던 바와는 다르게 톰소여보다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훨씬 좋은(가치있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톰 소여가 소년들의 장난스러운 모험을 다뤘다면, 허클베리는 모험의 범위가 더 넓고 다루는 내용도 더 깊이있다고나 할까...)
실제로 <허클베리 핀의 모험> 후반부에 톰이 등장하긴 한다.
그런데 톰이 놀라울 정도로 약삭빠르고 또...빙신미가 넘쳐서... 놀랐다.
2)
이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땐, 그렇게 좋은 시선을 받진 못했다.
헉이 쓰는 상스러운 말과 '검둥이(nigger)'라는 단어 때문이다.
근데 사실 내가 본 '열린책들'의 번역본에서는 '검둥이'를 빼고는 딱히 상스럽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번역하면서 헉의 말투를 너무 순화해서 그런 듯 하다.(어쩐지 애가 너무 착하다 했어)
그리고 억양상 '검둥이'라는 단어보다는 '깜둥이'가 더 어울릴법한데, 열린책들에서 최대한 양보한 게 아마 '검둥이'가 아니었나 한다.
게다가 책의 맨 앞에 쓰인 작가의 말을 보면, 왠지모르게 번역본이 더 야속해진다.
작가의 설명
이 책에서 나는 미주리 주 흑인 사투리, 남서부 오지의 심한 사투리, 미시시피 주 <파이크 카운티> 사투리와 이것의 네 가지 다른 유형 등 다양한 사투리를 사용하였다. 내 맘대로 추측해 사투리에 색깔을 입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개인적으로 알게 된 다양한 사투리들을 믿을 만한 사람의 지도를 받아 꼼꼼하게 다루었다.
이렇게까지 밝히는 이유는 많은 독자들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비슷한 어투를 쓰려다가 실패했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태백산맥 번역본을 본다면 아마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검둥이' 짐의 구수한 충남방언을 읽으면서 어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 참고로 이 책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그려졌는데 '열린책들'판은 헉의 말을 반말체(-다.)로 번역한 반면,
'민음사'판은 해요체와 합쇼체를 섞어 번역했다.
'민음사' 것도 읽어보고 싶다.
3)
헉과 짐의 좋은(?) 한때
어떤 때는 넓은 강에 오랜 시간 우리만 있을 때도 있었다. 강 건너 저편의 강둑이나 섬들에서 통나무집의 촛불로 보이는 불빛이 반짝대기도 했고, 강물 위에도 한두 개 불빛이 반짝거리곤 했다. 대개 나룻배나 뗏목에서 나는 빛이었다. 그러고는 거기로부터 깽깽이 소리나 노랫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뗏목 생활은 환상적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우리는 바닥에 누워 저 별들이 그냥 생겨난 것인지 아니면 누가 만들어 낸 것인지에 대해 떠들어 댔다. 짐은 만들어진 것이라 했고 나는 그냥 생겨난 것이라고 했다. 저렇게 많은 별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내가 얘기하자 짐은 다시, 그러면 달이 낳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대로 말이 되는 것 같아 나는 반대 의견을 대지 않았다. 왜냐하면 개구리가 수많은 알을 낳는 것을 봤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길게 꼬리를 끌면서 떨어지는 유성을 보기도 했다. 짐은 그럴 때면, 낳은 알이 상해서 둥지 밖으로 내다 버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175쪽
짐을 구하기 위해 헉이 결심을 내리는 장면.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 그러고는 편지를 북 찢어 버렸다.
무서운 생각이었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이미 내뱉은 뒤였다. 나는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리고 더 이상 개과천선 같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머릿속에서 모든 것을 잊기로 하고, 다시 내가 자라 온 방식으로 돌아가 나쁜 짓을 하기로 했다. 착한 짓 하는 건 내 방식이 아니었다.
293쪽
4)
가능하면 날 잡고 하루만에 다 읽는 것이 좋다.
배를 타고 강을 여행하는 모험이니만큼 이야기가 쉭쉭 지나가서 조금만 지나면 까먹기 일쑤다.(카누는 또 언제 구했어?)
|
'일상 >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시 먹는 장면은 옳다. <씁쓸한 초콜릿>,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등 (2) | 2016.03.01 |
---|---|
성석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0) | 2016.03.01 |
빌 브라이슨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0) | 2016.03.01 |
['기하학적'인 것], 내가 수집하는 단어들 (0) | 2016.03.01 |
장 그르니에 <섬> (0) | 2016.03.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