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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몽골 여행 (22년 8월)

[몽골여행 3일차] 차가 고장나 하루종일 마을에 발이 묶였다

by 유다110 202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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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환장 스멜...
이날의 원래 계획은 이러했다.

1) 아침에 욜링암이라는 계곡을 본 뒤,
2) 6시간 정도 차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려
2) 사막 한가운데 마을에 도착한다!

 

하지만 첫날부터 심상치않았던 우리 여행...
이렇게 쉽게 풀릴 리 없지.

 


 

시작은 사소했다.
가이드가 늦잠을 자서 두어 시간 늦게 출발한 것은 뭐 언급할 거리도 못된다.
아침밥은 무난했다.

 


일단 욜링암은 갔다.
캠프가 욜링암 근처였기 때문에 욜링암까지는 차로 10-15분 정도밖에 안 되었다.
다만 가는 길이 완전히 비포장도로였고, 그 때문에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꿀렁거렸다.
어느순간부터 차 내부에서 뭔가 큼직한 게 굴러다니는 소리가 났다.

 


욜링암은 크고 멋진 계곡이었다!
폴아웃 뉴베가스에서 마약을 팔러 갔던 계곡과 매우 흡사해서 익숙하기도, 신선하기도 했다.

 

 


 

 

욜링암을 둘러보고 나온 뒤, 나 포함 일행 몇 명이 허허벌판에 덩그라니 있던 화장실에 다녀왔다.
화장실에 대해서는 길게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좀 끔찍했다.

 

 

원래 이 다음엔 서둘러 사막 한가운데 있는 마을에 가야했다.
그런데 차에 타니 가이드가 전하길, 아침에 욜링암까지 가면서 비포장도로를 달리다가 차의 어느 부분이 고장났다고 했다.
그래서 근처 달란자드가드(이하 달란)라는 마을에 가서 수리를 좀 해야 한다고.
몽골에 오기 전, 차가 자주 고장난다는 글을 읽었던 터라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ㅇㅋ하고 달란으로 향했다.
올때와는 다르게 시속 10키로 정도로 엉금엉금 달렸다.

우리 차!
중간에 멈췄던 곳에서 찍은 사진 (스카프 천원인데 꿀템)

 

 


 

 

달란은 꽤 큰 도시였다.
우리는 식당에서 닭도리탕 비슷한 것과 중국식 샌드위치를 먹고 카페로 향했다.
그런데 설마 여기서 여섯 시간을 보낼 줄은...

 

한 두어 시간 정도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카페에서 며칠 간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며 웃고 떠들었다.
가이드와도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그런데 세 시간이 지나고...
가이드에게 어떻게 되어가냐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잘 모르겠다'였다.
겨우 연락이 닿은 기사는 믿기 힘들게도 아직도 자동차 수리점을 찾고 있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뭐 어떡하리...
몽골 투어의 운전기사는 무조건 본인의 차와 한 세트로 움직이는데, 그래서 차를 직접 수리할 수 있는 기사도 꽤 있다 들었다.
하지만 이건 기사 본인이 해결할 수 있는 고장은 아닌 듯 싶었다.

 

 

그렇게 서너 시간이 지나고, 이미 출발할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버린 우리는 일단 투어사에 알리긴 해야겠다 싶어 매니저와 연락했다.
매니저는 당황해하며 곧 해결될 거라고 우리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6시간이 흘렀다.

 

 


 

 

달란을 떠난 건 오후 5시 50분이었다.
5-6시간 정도를 달린댔으니 분명 한밤중에야 도착하겠지만,
우리는 지긋지긋한 카페에서 벗어날 수 게 너무 좋아서 들뜬 마음으로 차에 탔다.

 

6시 20분. 차가 멈췄다.
기사가 시동을 끄고 냉각수를 넣었다.

 

6시 30분. 다시 출발했다.

 

6시 35분. 차가 다시 멈췄다.

 

....

 


우리는 이때부터 약간 패닉 상태였다.

첫 번째 멈췄을 때 찍은 사진. 이때만 해도 웃을 수 있었다.

 

우리는 여행사와 연락을 시도했다.
웃긴 건, 기사와 가이드도 여행사와 연락을 하고 있었다.
그래...각자 하고싶은 말 많겠지... 😄

 

 

우리는 일단 달린 지 30분 만에 차가 두 번이나 퍼진 게 불안하고
약 99% 확률로 또 퍼질 것이 당연하니 달란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런데 기사는 여행사와 통화하며 괜찮다고 했단다!
(기사는 몽골어만 써서 가이드에게 들음)

 


참고로 (현지) 여행사는 절대 고객 편이 아니다.
이 사람들의 최종 목표는 우리의 돈이지 우리의 즐거운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은 2순위다.
이 여행사도 역시 기사의 괜찮다는 말만 듣고 우리에게 일단 가보시라 설득했다ㅋㅋㅋㅋㅋㅋ

 

 

내가 가장 화가 많이 났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솔직히 다 돈 벌자고 하는 짓인 거 뻔히 알지만 그래도 사람 안전이 달려있는데??
헝거린엘스까지는 6시간이 걸리고 심지어 대부분의 길이 오프로드였다.
아니, 오프로드만 있으면 오히려 다행이다.
도심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도로를 달려야 하는데 몽골은 물자 운반에 대부분 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큰 트럭이 도로를 쌩쌩 달린다.
이 차로는 도저히 갈 수 없었다.

 

 

여행사와 갈 수 없다 vs 갈 수 있다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기사가 갑자기 차를 출발시켰다!!

 

다급하게 가이드에게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냐 물어보니 기사가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이드도 정말 당황해했다. (이게 제일 공포...)

 

 

정말 안 되겠다 싶어 일단 소리질러 기사를 멈추고 여행사와 급하게 다시 연락했다.
6명이 합세해 여행사와 기사를 설득한 뒤에야 우리는 달란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쉽지 않다... 몽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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